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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수필

불안 및 공포에따른 공황증(panic attack)

참자기 2013-12-29 (일) 22:23 10년전  
불안 및 공포에 따른 공황증(panic attack)
 
30대 후반의 남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의 답답함과 가끔 느끼는 가슴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분석을 시작했다. 그는 비슷한 연배의 남성에 비해 매우 신사적인 태도를 지녔고, 분석세션에서 자신의 감정을 곧장 표현하는 편이었으나 간혹 어떤 말이나 감정도 떠오르지 않을때는 침묵에 빠져있기도 했다. 이러한 침묵은 분석세션이 지날 수록 빈도수가 많아져갔다. 남성은 자신의 침묵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초조해 하기만 했다. 침묵은 분석세션에서 치료진전에 대한 저항으로 작용했지만, 환자 스스로 이러한 저항을 뚫고 나올 수 있는 자아(ego)의 힘이 생길때까지 보호되었다. 그러자 세션이 흐를수록 자유연상을 할 수 없게하는 침묵의 실체가 공황증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환자의 자아(ego)가 저항을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그때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T: 현재 침묵 속에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P: 아무것도 안 느껴지고 생각도 안나요. 단지 내가 여기서 숨쉬고 있다는 것 밖에요.
T: 이런 상태의 감정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P: 글쎄요. 긴장과 초조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침묵...) 나는 최근에 어떤 할머니를 알게 되었는데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매두 잔인한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침묵…) 노인네가 인정사정 없이 매몰차고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을 하는 것 같았어요. 정말 꼴 보기 싫었고 점점 화가 났어요.
T: (환자가 만났던 노인에 관해 얘기를 듣는 동안 환자로부터 치료사에게 역겨움과 분노의 정서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환자가 침묵을 깨고 노인에 관한 분노를 간혹 얘기했던 세션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중 지하철에서 갑자기 공황증이 생겼다며 급한 연락이 왔다. 환자는 식은 땀이 흐르고, 호홉 곤란을 느끼며, 토할 것 같다는 공황증 현상에 관해서 말했다. 전화를 통해 우선 환자를 지하철 바깥으로 나가 안정을 취하도록 조치시킨 후 다음 분석세션에서 환자의 공황증에 관해 다뤄나가기 시작했다.
 
다음 세션에서 환자는 자신이 경험한 공황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공황증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20대 중반에 종종 일어났다는 것을 보고했다. 동시에 환자는 감정의 미동없이 자신의 유익을 위해 타인을 잔인하게 이용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고 역겹다라고 하면서 유년기시절 자신의 아버지에게 학대 받았던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환자가 어린시절 그의 아버지는 허리띠나 회초리, 몽둥이 등으로 체벌하곤 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동이였던 환자를 체벌 할 때 감정적인 미동이 없었고, 마치 짐승을 다루듯 했으며, 기계적으로 매질을 했다. 환자는 그의 아버지가 매질을 오히려 즐기는 잔인한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환자는 곧이어 자신이 세션에서 침묵할 때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난 세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공황증이 일어난 것은 이러한 불안과 초조 그리고 뒤이어 분노와 공포가 생기는 것에 관한 연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그의 불안과 아버지에게 학대 받았던 공포 기억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의 불안은 학대받은 기억에 대한 정동(affect)을 떠올렸고 이것은 공포스러웠던 경험인 공황증(panic attack)으로 나타나고 있다.  , 불안에 대한 자유연상은 본능적이며 자율적인 신경생리학적인 장치에 의해 흘러 들어가 기억 속에 있는 학대 받았던 공포스러운 정동(affect)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환자가 불안상태에 있을때 지하철이라는 낯선 공간과 사람들은 그를 학대하는 정동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공포자극에 관해 환자가 이성(reason)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었지만 죽을 것 같은 큰 공포와 식은땀, 심장박동이 빨라짐, 호흡이 가빠지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신체적 반응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의식에서 올라온 정동(affect)이 자아라는 채널을 거치지 않고 신체로 반응하는 것으로, 흔히들 말하는 공황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공황증이 일어나는 현상을 여러 정신분석학적인 이론으로 설명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공황증의 원천이 되는 불안을 처리하는 능력이 대상관계 관점에서 볼때 사람에게 어떻게 형성되는지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유아기의 불안은 크게신체내부의 불쾌함과 외적 환경에 의한 불쾌함이 생긴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 내부의 불쾌함 때문에 생긴 불안은 유아가 배고픔, 배설욕구, 졸림 등 신체기관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 환경에 의한 불쾌함으로 생긴 불안은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서 축축함, 덥거나 추움, 양육자의 불안한 감정, 시끄러움 등 양육환경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유아들은 불안을 느낄 때 이러한 두 종류의 불안을 분류하거나 지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단지 외부 환경이 나쁘거나 혹은 자신이 나쁘다고 지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아가 외부와 정서적으로 단절하거나, 자신을 무기력하게 하거나 생기 없는 상태로 만들 것이다유아는 신체내부나 환경에 의한 불안이 생기면 울거나 칭얼거리거나 짜증내는 등 여러 가지 비 언어적 반응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양육자(일반적으로 부모)가 불안을 조절하고 통제해주기를 바란다.
 
비교적 건강한 부모들은 유아가 불안해 할 때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반응하면서 유아의 불안을 감소시킨다. 이것은 부모 자신이 유아기 때 돌봄 받았던 경험이 무의식에 축적되었다가 필요할 때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유아의 불안을 감소시키는 부모의 반응은 아이를 업거나, 부드럽게 흔들거나, 토닥거림, 젖을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등이다.
이러한 부모의 돌봄은 특히 유아 신체내부에서 생긴 불안을 해소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유아는 스스로 불안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자아의 능력이 생기기 전까지 부모의 돌봄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제공받는다. 하지만 유아의 불안신호를 감지 못하는 둔감한 부모도 있다. 그러한 부모는 유아가 울거나 짜증내거나 칭얼거리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혼란스러워하며 불안해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는 부모도 있다.
 
더 심각한 부모는 자신의 우울, 불안, 짜증, 분노, 혼란스러움 등을 유아를 통해 격려와 위로 받기도 한다. 이때 유아는 자신의 신체내부의 불안을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환경인 부모에 의한 불안까지 떠 맞게 되어 불안이 가중된다. 이러한 부모는 대부분 자신의 유아기 시절에 적절하게 돌봄받지 못했던 무의식적 상처를 유아에게 떠 넘기는 것이다. 부모의 적절치 못한 정서적 돌봄으로 인해 생긴 불안은 유아에게 신체적 학대와 동일한 스트레스이며 공포를 갖게 하는 정신적 외상(trauma)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아들은 부모로부터 불안, 혼란, 우울, 무관심 등이 자신에게 전염되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이 불안해지면 부모에 의해 더 불안을 경험하는 공포스러운 패닉 상황만을 경험할 뿐이다.   
 
이것은 유아에게는 죽을 것 같은 압박과 호흡곤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 등 심지어 신체적 면역력을 떨어뜨려 열병이나 감기 그리고 다른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성인이라도 예민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고, 이유 없이 자주 아프거나, 간혹 우울해지고 침울해짐, 무기력함 등이 있다면 불안조절 능력을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성인 자신이 기질적으로 예민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부모의 정서적 돌봄이라는 유아기 환경에 의해 성격구조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유아기시절 부모가 우울, 불안, 방치, 무관심, 잦은 이사 그리고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불안정한 환경이었다면 불안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개인마다 기질, 성격과 특성, 양육환경이 다르므로 분석치료세션에 들어와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깊은 정신분석치료를 통해 불안을 지각하며 통제하고 조절하는 자아의 능력을 회복 할 수 있다.
 
다시 치료세션으로 되돌아가보자. 치료세션에서 환자의 침묵은 불안상태를 경험하는 것으로써, 그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 그의 불안 속에 감춰진 분노는 그의 생각과 감정뿐 아니라 내적 에너지가 외부에 어떤 것도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상쇄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는 치료세션에서 어떤 것도 생각을 할 수 없었고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침묵 속에 있었던 것이다. 세션에서 환자는 침묵 속에서 잔인하게 보이는 할머니를 연상했는데, 이때 환자로부터 치료사에게 분노와 역겨움이 유입되었다. 이것은 환자가 미처 의식화해내지 못했던 분노의 실체덩어리였다. 만약 환자로부터 유입된 역겨움을 치료사가 성급하게 해석했더라면 환자는 공황증 이후 학대 받았던 경험인 역겨운 분노를 스스로 의식화하는 기회를 잃어버렸을 것이다.
 
침묵속의 불안은 공황증 이전에는 잔인하게 보이는 할머니를 연상시켰고, 공황증 이후는 잔인하게 학대했던 아버지를 연상시켰다. 이것은 잔인성(공포와 학대) 및 분노의 정동(affect) 그리고 역겨움이라는 신체적 반응을 동반하고 있었다. 환자가 일상에서 외부 환경인 타인을 통해 자극된 불안과,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자극된 불안은 환자의 자아(ego) 채널을 통해 의식화되고 언어로 방출되지 못하자, 신체적인 증상으로써 가슴을 누르는듯한 답답함, 가슴통증, 침묵공황증으로 순환되어 표출한 것이다. 
환자는 과거 아버지에게 학대 받았던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불안과 공황증을 치료하기 위한 실마리를 잡았다. 이것은 환자 스스로 불안을 감지하고 조절하며 통제하는 자아능력으로 향상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이후로 환자는 분석세션에서 침묵으로 불안을 표현하지 않고 깊은 연상을 통해 그의 유아기시절 불안과 공포에 관해서 말할 수 있었다.
 
환자는 분석세션에서 그는 공포를 느꼈던 순간들을 애도하며 자아라는 채널을 사용하여 언어로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에서 답답함과 가슴통증 공황증은 신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그가 불안과 공포를 지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점차 섬세해질수록 일상에서 유머감각과 삶의 여유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분석세션이 종결할 때 즈음 환자는 치료자인 내게 이런 농담을 했다. “왜 사람들은 불안을 가볍게 생각하는지 아세요? 불안해지기 때문이죠”. 그렇다. 그의 농담처럼 불안을 다스릴 수 없다면 더 큰 불안을 일으켜 알수 없는 혼란과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황증(panic attack)은 불안 및 혼란과 공포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삶의 역사속에 숨어있는 정서적 고통이며 통증일 것이다.


참자기 정신분석 심리치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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