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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수필

자녀의 우울

참자기 2013-11-08 (금) 14:58 10년전  
P: 선생님 우리아이가 학교다녀와서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아요.
A: 걱정되셨겠군요. 그래서 아이에게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P: 영희야! 너 요즘 힘드니? 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는거에요.
 
두 자녀를 둔 엄마가 첫째딸에 대한 하소연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말이 점차 사라지면서,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엄마는 마치 자신이 양육을 잘 못 한것인양 죄책감을 느꼈는데, 이것은 TV나 책, 상담프로그램에서 엄마의 양육태도나 정서가 아이에게 영향을 준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 엄마의 말이 전적으로 틀린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에게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을까? 청소년이 되면서 남자아이에 비해 여자아이는 더 우울한 상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울이라고 할때는 죄책감 혹은 상실감을 주요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염세적이거나 비관적으로 자신이나 세상을 보지만 아동과 청소년은 그러한 추상적 감정이나 사고를 오래 하기까지 아직 발달하지 않았다그래서 아동이나 청소년은 우울이 없다고 1980년대 이전까지 주장했지만, 최근들어 소아 청소년 우울이 정신병리 구조로 편입하면서 아동 청소년 우울을 인정하게 된 형국이다.
 
하지만 아동과 청소년이 정말 우울할까는 의학적 구분을 위한 것으로써, 합법적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진단을 위해 필요할지는 몰라도자녀의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기 위한 부모의 노력은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단을 좋아하는 부모도 있는데병의 진단을 알면 원인을 찾은 것과 같은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원인 없는 마음의 병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마음의 병을 기계나, 현상을 잠깐 보고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는 것은 오래동안 사람의 정신에 대해 공부한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아동 청소년의 우울의 원인은, 양육환경, 호로몬, 의사소통, 기질, 정서및 성격발달, 트라마 등으로 복합적일 수 있다. 이중 여자아이의 신체 발달에 따른 우울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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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연령에 따른 DSM-IV 3개월간의 우울증 유병율 변화(Angold 2006, Child Adolescent Psychiatry Clinical North America 15: pp 919-937에서 수정해서 발췌함)
 
여자아이는 12세가 넘어가면서 급격히 우울이 진행되는데, 이때 우울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는 호로몬 변화로 인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분비되고 줄어드는 것이 반복된다. 그래서 생리통이 생기기 시작하거나 불쾌한 경험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뇌의 영역중 우뇌인 감정영역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감정변화는 생리기 시작하는 청소년기나 생리를 마치는 패경기인 50대 이후 더 극심해 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체발달에 따른 우울은 모든 여자 아이들이 겪는것인가?
감정이 풍부하다면 더욱 그렇다라고 말 할 수 있다. 진화 생리학적으로 볼때, 생리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엄마로써 준비되어가는 과정이다. 즉 출산과 양육을 위한 준비를 신체가 하는 것과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준비가 되기 시작한다.
 
우울은 사람의 저변에 있는 감정, 즉 일반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감정들을 알아듣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민감성과 섬세함을 더 증가시켜 아직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유아의 감정과 언어까지도 꿰뚫는 감정적 직관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체발달에 따른 이러한 여성의 우울경험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와같은 자녀의 우울로 인해 부모는 많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이럴때는 인스턴트나 기름진음식보다 채식중심으로 식습관을 바꾸고, 잠을 제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적당한 운동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환경이 도움이 된다. 만약 자녀 스스로 할 수 없다면 가족과 함께 하면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신체발달에 따른 우울과 더불어, 기질적이거나 양육환경, 부모와의 정서적 의사소통 등 우울의 다른 요인이 덧 붙여진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이러한 우울은 식단이나 생활환경의 변화만으로 고통스러운 정서적 경험에서 해방시킬 수 없다. 더욱이 그대로 방치하면 성격장애나 다른 신경성 질환이라는 합병증까지 함께 올 수 있고, 자칫 평생을 우울이라는 고통속에서 살아야 하는 삶의 문제로 확장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럴때는 전문가를 찾아 조기에 도움을 받는것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고, 자녀의 불행이라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삶을 도울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자녀의 우울을 호소할때 신체 발달에 따른 우울보다 복합적인 요인이 더 많기 때문에 그 원인들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부모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참자기 정신분석 심리치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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