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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수필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

참자기 2013-12-03 (화) 17:22 10년전  
어떤 젊은 여성환자가 평소 특정한 남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린다는 것에 관해서 분석치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환자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우울한 어머니에게서 양육되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술을 먹으면 평소보다 폭력과 폭언은 더 심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자녀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하루 하루 견뎌 냈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악착같이 공부했고, 젊은 나이에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분석 세션에서 환자는 최근 성적으로 끌리는 매력적인 남성에 관해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남성은 의사였고 매우 촉망 받는 사회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가 매력을 느끼는 남성에 관해서 더 자세하게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 경험했던 끔찍한 정서적 경험과 이러한 경험이 반복강박에 의해 성적매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그동안 만나왔었던 대부분의 남성은 모두는 온순했지만 사회적으로 무능했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관계를 통해 통제하거나 무시할 수 있었던 남성이였기 때문입니다.
 
P: (새롭게 사귀게 된 매력적인 남성에 대해서 얘기를 함)
T: 정말 어떤 여성도 끌릴 수 있겠군요. 그 남성은 매우 쾌활해 보이지만,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부분도 있어보이는군요. 이런 부분이 없다면 자신에게 어떻게 보일까요?
P: 난 그런 남자는 질색이예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잖아요. (중략...그동안 만나왔던 남성에 대한 설명을하며 새롭게 만난 남성의 장점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얘기를 듣는동안 새롭게 만난 남성은 나의 환자의 정서에  접촉하지 못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잠시 침묵 후) 난 선생님 말이 잘 이해가 안 되요. 난 여러 남자를 만나 봤지만 내가 좋아하고 끌리는 사람 이외에 관심이 없어요. 마음이 안 가는데 어떻게 내가 사랑에 빠지죠?
T: 당신이 그동안 성적으로 끌려서 만났던 남자는 지금까지 모두 헤어졌어요. 그 이유가 뭐죠?
P: 모두 무능했기 때문이예요. 난 우리 아버지 같이 무능하고 패배감에 빠져 술만 먹는 남자는 만나기 싫거든요. 그리고 폭력적인 남자도 싫어요. 그래서 그렇지 않은 남자를 만난 거예요. 하지만 결국 내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져서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어요. (중략…)
T: 지금의 남자도 매력적으고 유능하지만, 난 당신이 매력을 느끼는 성적취향에 관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몇 회기 지난 후 환자는 남성과 이별을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분석 세션에서 자극을 받은 환자는 매력적인 남성의 가정에 관해 알아보니 남성의 아버지는 폭력적인 가장이였고, 이미 가정을 이룬 남성의 형님 또한 폭력 남편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환자는 자신이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남성에 끌리거나, 반대로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에 의해 폭력성이 억압되거나 무능한 남성에게 이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분석세션에서 환자는 자신의 반복강박인 성적취향에 대해서 진지한 탐색을 하면서 어린시절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부모님에 대한 경험을 슬퍼하고 애도할 수 있었습니다.
 
삶이 불 공평한 것은 어린시절에 가장 고통을 많이 겪었던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큰 고통을 계속해서 당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Freud(1920)[1]의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에 대한 견해를 처음 접했을 때 사람이 유아기의 고통스러운 정서적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유사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기 위한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임상을 통해서 또한 내가 직접 받은 정신치료 경험을 토대로 Freud의 반복강박 견해가 맞다는 구체적 증거들이 확증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신은 사람을 사랑하는데 왜 사람을 고통의 수레바퀴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게 만들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반복 강박은 실상 당사자가 의식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의 유아기의 대부분의 고통은 너무 끔찍하기에 억압되어 기억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억나더라도 정서적으로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반복강박은 유아기 시절의 두려움과 방치 당했거나 학대 당했던 경험들은 무의식에 고스란히 고통으로 자리잡고 있고 성인이 된 현실에서 이러한 고통을 심리적으로 극복하려고 반복하는 것입니다. 정말 비극의 반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현대의 정신분석에서 다양한 성격, 중독, 행동, 성적 취향, 생각과 환상 그리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울한 양육자를 둔 성인이 왜 우울하게 살 수 밖에 없는지,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사람은 폭군 남편이 자연스럽게 되는지, 왜 자신이 학대받고 무시받으며 삶의 희망이 없는지, 학대 받고 방치 받았던 유아기 경험이 무의식에 억압되어 자신도 모르게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반복강박은 대를 물려서 이어지는 저주의 감옥입니다. 강복강박은 우리 모두가 알지 못하는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애도하며 풀어내야 하는, 자유와 행복한 삶을 위한 숙업입니다.     

[1] Freud, S. (1920). Beyond the pleasure principle. SE, 18:7-64.


참자기 정신분석 심리치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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