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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및 수필

상호관계형태

참자기 2014-09-17 (수) 16:17 10년전  
사람의 정신은 타인과의 관계를 떠나서 발달할 수 없다. 초기유아에서부터 시작한 비언어적 소통은 점차 구조와 의미를 갖춘 언어적 소통으로 나아가는데, 여기에는 '' 와 타인(대상)의 관계가 항상 존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아, 자기) '타인'(대상)을 떠나서 그 형태를 제대로 갖출 수 없다. 
 
그렇다면 관계에서 ''의 경험들은 타인과 동일할까? 나의 경험을 타인도 경험할 수 있고 반대로 타인의 경험을 나도 경험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결론을 미리 말해본다면, 개인의 기질, 특성, 성격, 정신의 성숙도 등 주관성이라는 많은 변수가 있기때문에 타인과 유사하거나 공통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만 경험하는 독특한 경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신이 좀더 성숙해지면 나와 타인이 각각 다른 경험체계를 가진 유일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수용하면서 타인의 경험을 존중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미 성숙한 자기애적 상태에서는 나와 타인이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받아들이기에 외부에 나와 전혀 다른 타인이 존재하는 사실이 이질감, 분노, 수치심 등으로 경험된다.  
따라서 상호관계형태에서 ''(자아, 자기, 주체)의 성숙도는 '타인'(대상)과 얼마나 분화되었는가에 달려있다. 개인의 성숙도는 나에 대한 존중(자존감)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자아, 자기, 주체)가 연약하고 병들었다면 현실의 삶에서 오는 자극과 갈등은 내적 고통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동반한다.  
''의 분화에 따른 성숙도는 타인을 지각하고 경험하는 상호관계에서도 특성이 잘 나타난다. ''는 미분화된 형태 혹은 분화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다섯 가지 형태[1]로 살펴보자.
 
미 분화된 형태에서 사용하는 상호관계방식은 무엇인가?
1) 자기애적 형태를 띄고 있다. 자기애적 형태의 관계방식은 자신이 타인과 유사하다고 경험한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가 융합되어 있어서,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처럼 느끼거나 유사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관계형태에서는 ''에 대한 정체성과 자아경계 등이 모호하거나 중복된다. 융합이 강할수록 자신과 타인이 동일하다고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아는 엄마와 강한 융합으로 인해 마치 한 사람인 것 같은 경험이 일어난다. 이러한 융합은 유아가 발달해나가면서 서서히 분리되어 엄마와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구분하고 인식해 나가게 된다. 이러한 원초적이고 유아적인 자기애적 관계형태는 성인의 정신 속에 흔적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빠져 연인과 공생적인 느낌을 공유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은 또래 그룹에 대해서 강한 정체성을 공유한다. 타인에게 공감 받고 이해 받고자 하는 욕구들은 모두 이러한 자기애적 융합에 대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2) 투사적 동일시 형태를 띄고 있다. 모든 정서들은 양가적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가적인 정서는 항상 갈등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갈등이 고통스러워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정서를 투사하여 고통에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그렇기에 투사는 자신에 관한 좋은 부분의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투사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정서를 없애려는 시도지만, 실상은 없어지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은 자신의 강한 감정들을 남자친구에게 투사하여 자신에 관해서는 약하고 무기력하게 경험하며, 남자친구는 강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상호관계를 맺기도 한다. 어떤 엄마는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두려움을 견딜 수 없어서 딸에게 투사하여, 딸이 타인에게 열등감이 많고 자신감이 없다고 여기며 딸을 경멸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자신에 대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타인의 가치를 폄하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분화된 형태에서 사용하는 상호관계방식은 무엇인가?
3) 타인(대상)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지각할 수 있는 형태를 띄고 있다. 여기에서 자신과 타인이 정서적으로 분리되었고 다르다고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특징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성에서 일어나는데, 자신이 더 성장하기 위한 욕구를 타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서 자주 경험되는 특징이 있다. 타인(대상)형태의 관계에서의 정서적 경험은 부분 혹은 전적으로 부정적이다.
타인(대상)형태의 관계성의 예를 들어보면, 아기는 따뜻함이 필요하여 울지만 엄마는 그런 아기의 욕구를 감지하지 못해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줄 때 생기는 유아의 정서적 경험이다. 엄마가 제공하는 돌봄이 아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생기는 부정적 경험인 것이다. 어떤 아이가 친구와 싸워 분노로 치달아서 부모에게 이르면서 자신의 편이 되어주길 바랐지만, 부모는 나쁜 버릇이 들까 봐 비웃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때 아이는 실망과 분노를 경험한다. 또는 한 여성이 직장에서 마음이 상해 울었지만, 친구는 우는 것이 싫어서 충고하며 비난하는 경험이다. 이처럼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타인을 통해 조율하고 싶어하지만, 거부 또는 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부정적 경험을 수반하는 것이다.
 
4) 분석적 형태를 띄고 있다. 분석적 형태도 자신과 타인이 분리되었다고 느끼며 경험하지만, 타인을 양육하며 격려, 지지하는 특성이 있다. 자신이 더 성장하기 위한 욕구를 타인이 충족시키는 경험과 연결되기 때문에 타인을 필요를 채울 수 있다. 그러므로 정서적으로 건강한 의존을 할 수 있고, 타인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성장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분석적 형태의 관계의 예를 들어보면, 아기가 추울 때 그 욕구를 알고 부모가 따뜻하게 담요로 덮어주고 감싸줄 때 아기의 경험이다. 어떤 한 소녀는 학교에서 연극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부모가 정서적으로 격려하고 지지해서 그 연극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경험이다. 또한 소녀가 구구단을 외지 못해 친구들에게 창피해 하고 위축될 때, 인내심을 갖고 엄마가 도와준 경험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에 관해 아버지는 자신보다 더 낫다고 아들을 사랑스럽게 인정하는 경험이다. 이처럼 타인의 욕구를 지각하고 채울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5) 현재 지금에 뿌리를 내린 상호 관계형태를 띄고 있다. 이 방식의 특징은 과거의 정서적 경험, 기억 그리고 무의식의 상처가 상호관계에서 타인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을 지각하거나 대인관계에서 상호성은 과거가 아닌 지금 현재에 기반한 정서적 경험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지금에 상호관계가 뿌리를 내린다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험, 환상, , 본능적 욕구와 도덕적 가치 등 다차원적인 정서적 경험에 함께 머무를 수 있으면서도 타인을 자신과 분리된 대상으로 경험된다.
이러한 정서적 관계를 예를 들어보면, 어떤 여성은 자신과 다른 성적 취향을 연인의 욕구를 맞추면서 자신이 성적으로 희생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또 다른 예는,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친구가 생활방식의 차이로 힘들어하는 것을 느끼고, 이것이 실망스러워 좌절되었지만 친구가 함께 살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거절감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상호 관계형태에서 이와 같이 다섯 가지 관계형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관계형태는 친밀감, 상황, 분위기 그리고 갈등 등과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고정되지 않고 탄력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이유는 유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자기경험을 토대로 발달해온 관계형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유아기에 사용한 미분화된 상호관계 형태에 고착된 경우이다.  이것은  유아기 시절 양육자의 부재, 양육자의 정서적 왜곡된 반응 특히 유아정서에 대한 무관심 등 유아기 시절의 큰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예측할 수 있는데, 공통점은 타인으로부터 ''가 분화 되지 못해 상처받고 고통받기 쉬운 연약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에 주관적인 내적 감각인 정서경험이 병리적  상태인 성격으로 고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 에 대한 미분화는 ''(자아, 자기, 주체)에 대한 희미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낮은 자존감이 형성되어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정말 좋아하며, 무엇을 정말 원하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이 상태의 '나'는 다양한 내적인 경험과 갈등을 스스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관계는 늘 상처투성이가 된다. 결국 현실에서 대인관계는 피상적이며 수치감으로 인한 분노로 가득 차 있게 되고 삶의 생명력은 고갈되어 버린다.
 
이러한 환자가 분석에 참여하면 치료자와 새로운 상호관계의 경험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유아적인 자신의 관계패턴을 관찰하며 포기할 수 있어야 하고, 치료자와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의 관계패턴을 촉진시켜 성장해 나간다. 동시에 유아적인 상호관계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무의식적 내용들(대부분 고통스러운 기억과 상처들)에 관한 애도가 이뤄진다. 
 
 

[1] Emotional Communication and Its Relationship to the Basic Concepts of Psychoanalysis
 


참자기 정신분석 심리치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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