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본능, 억압에 관하여 > 칼럼 및 수필

본문 바로가기
subP1.jpg
칼럼 및 수필

무의식, 본능, 억압에 관하여

참자기 2016-05-13 (금) 22:58 8년전  
무의식, 본능, 억압에 관하여
 
 신원일 / 정신분석가, 예술치료사
참자기 정신분석 심리치료 연구소
 
(본 칼럼은 학술적 인용이나 배포를 금지합니다.)
 
지난 시간에 플라톤의 파이드로스(phaidros)에서 인간의 영혼의 측면을 세부분으로 나눠서 묘사한  부분을 잠깐 생각해보겠습니다. 그곳에서 검은 말은 본능, 흰말은 기개, 마부는 이성으로 각각의 측면들은 절제, 용기, 지혜의 덕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인간 영혼과 정신에 대한 변증법적 설명은 현대에 들어서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 또한 정신을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초자아 자아 및 이드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실제로 인간의 정신이 외관상 이렇게 조각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뇌 과학자들은 뇌의 각 영역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프로이트의 가설에 따라 밝혀내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지만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이것은 보이지 않는 정신의 고유한 기능과 특성들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신분석에서 추상적 개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정신 및 성격구조에 관해 구체적으로 다음 강좌에서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무의식을 설명하기 위해 예습차원으로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정신에서 도덕성을 관장하는 부분은 초자아(super ego), 본능을 관장하는 부분은 이드(id), 초자아와 이드이 갈등을 중재하고 현실에서 합리적으로 방출할 수 있도록 관장하는 부분은 자아(ego) 라고 합니다. 여기서 자아는 비교적 의식에, 초자아와 이드는 무의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의식에 위치한 자아는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지각이 가능하지만, 무의식에 위치한 초자아와 본능은 스스로 지각하기 어렵구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각 부분들이 의식과 무의식의 측면들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측면은 앞으로 차차 익혀나가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론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경험되면 비난에 길들여져 있는 분들은 자칫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이성적 능력과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고귀함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에 위치한 초자아(super ego)와 이드(id)중 더 깊이 무의식화 된 것은 이드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드 안에 구성된 내용이 크게 두가지로 삶의 본능인 성 본능과 죽음의 본능인 파괴성이라고 했습니다. 초기에 프로이트는 삶의 본능 즉, 성 본능만이 있다고 생각 해 오다기 후기에 와서 죽음본능인 파괴성과 공격성도 있다고 이론을 수정했습니다. 여기에서는 본능의 주요한 측면인 성 본능에 대해 이야기 할 것입니다. 무의식에 억압된 성본능은 우리 정신 깊이 살아 숨쉬며 간혹 어떤 힘으로 감지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지각하기가 어렵습니다.
(sexuality)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부분이 금지되고 억압되어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동 서양을 막론하고 타인에 대한 경멸을 주기 위한 말이나 심한 비방, 파괴적 감정 등을 표현할 때 성과 관련된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성에 관해 언어로 꺼내기도 불편하고 은밀하고 숨겨지거나 비밀스럽게 이야기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성 본능은 인간이 원래 태어날 때부터 신체에 지녔지만 유아기 시절부터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금지가 가해져 인간 마음 깊숙한 무의식에 억압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에 억압된 성 본능은 비 윤리적이거나 비 도덕적일수록 그 억압의 강도는 더 커져 무의식 깊은 곳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유아기 시절 한때 가졌던 이성 혹은 동성 부모에 대한 성적욕망과 환상들은 생각과 감정으로 잘 떠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 본능이 억압되었다는 말을, 남녀간의 섹스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억압되었다고 오해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적인 이야기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자유롭게 하면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내용이 모두 방출되어 자유롭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잘 못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 부분을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에서 언급하는 성 본능이란 섹스에 대한 욕구를 포함해서 좀 더 포괄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생명에 대한 포유류의 본능은 자기보존을 하며 종족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 신체적으로 타고난 욕구입니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인간도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생명에 대한 욕구를 프로이트는 성 본능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성 본능이 입, 항문, 남근 그리고 신체적인 성기로 점차 발달해 나가면서 고유한 인간성격을 조직해 나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생존 및 종족번식에 관련된 모든 본능적 욕구와 행동은 모두 성 본능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먹고 자고 성적인 접촉과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주고 받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억압되어 무의식에 있어야 할 본능들이 간혹 행동, 감정 등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의도치 않게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본능들로 구성되어 표현할 때 우리를 곤란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상황에 조절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가 뿜어져 나와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며,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순식간에 해버린 후 후회하기도 합니다. 본능적 욕구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이것을 해야 할지 저것을 해야 할지 결정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특히 상반된 욕구와 감정으로 대치되면 결정을 해야 하는 자아는 더 힘들어 집니다. 한 사람에 대해서 사랑과 증오가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 혼란과 짜증이 동시에 경험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의식의 본능들은 서로 상반되거나 비현실적인 욕구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무의식에 있는 본능들은 시간개념이 없습니다. 유아기 시절 무의식에 억압된 본능적 욕구들이 중년을 넘어 나이가 지긋한 60을 넘어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유아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공격적인 말고 행동을 서슴치 않고 합니다. 이것은 억압된 본능들이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변하거나 그 힘이 약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석을 통해 자신의 본능적인 소망들을 이해하고 이를 성숙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개발해 나가는 것입니다.
무의식의 또 다른 속성 중 하나는 본능들이 자신의 본질과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원래의 본능이 전치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버림받은 기분이 들거나 혼자라는 외로움을 신체적 배고픔으로 전치된 지각이 일어납니다. 부모에 대한 극심한 분노를 억압해서 현실에서는 공포로 대치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애꿎은 사람에게 화를 내기 위해 단서를 찾거나 시비를 겁니다. 이렇듯 일상에서 무의식에서 억압된 본능에서 생겼지만 전치된 내용으로 지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 많습니다.  
무의식과 의식의 표현양식에서 크게 다른 것은 언어체계입니다. 의식은 약속되고 기호화된 언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의식의 언어는 농담, 실수, , 정서(emotion), 정동(affect), 환상, 상상, 제스춰, 신체증상, 목소리 톤 등입니다. 이들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일정한 인과관계를 통한 연결고리도 없습니다. 다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표출되는 빈도를 통해 그 힘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밖에도 무의식이 의식과 서로 다른 특성은 많은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관해 더 구체적인 부분은 몇 주 후 방어기제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의식에 억압된 본능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망충족(wish fulfillment)을 통한 쾌락입니다. 억압을 하면 무의식에 긴장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긴장을 방출하면서 쾌락을 얻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고 싶은 치킨을 먹지 않고 억압하다가 1달 만에 먹고 즐거워졌습니다. 자신을 화나에 한 사람에 대해 분노를 억압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면서 공격성을 방출해야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현실에서 만날 수 없다면 꿈 속에서라도 만나야 행복합니다. 이러한 쾌락은 무의식에 있던 억압된 본능들이 긴장이 해소되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무의식은 억압된 내용이 많을수록 팽팽한 긴장으로 폭발직전에 있게 되며, 그러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갈등으로 인해 삶의 평화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자아가 연약하게 형성되었다면 무의식에 억압된 본능들은 의식을 뚫고 나오는데 수월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아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정신질환에 걸리기도 합니다. 우울, 무기력, 혼란, 강박, 조울, 성격장애, 충동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과 성격에 관련된 모든 질병은 무의식이 있어야 할 본능과 충동이 의식을 비집고 나오거나, 반대로 의식에 있어야 할 본능과 충동들이 억압되어 무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이렇듯 무의식의 억압된 본능의 긴장감이 심해지면 의식에서 억압하는 힘도 더욱 강해져 신체질환을 동반한 정신질환으로 성격이나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분석치료의 목표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것은 무의식의 억압된 본능의 힘들을 감정과 의미가 뒤섞인 의식의 세계인 언어로 전환시켜 방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무의식에 억압된 본능들로부터 파생된 욕구와 충동들을 감지하고 성숙하게 긴장을 해소 할 수 있는 자아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분석치료원리를 본능(id)이 있는 곳에 자아(ego)가 있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 본능과 죽음본능은 인간의 의식이 활동 하는 낮 시간에는 대부분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본능의 힘들이 억압되지 않는다면 인간성(humanity)이 사라진 동물의 약육강식의 세계,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으로 본다면 원숭이의 세계로 회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의식이 활동이 줄어드는 밤이되어 잠이 들면 억압이 약해진 틈을 타서 무의식에 억압되어 팽창된 힘들을 꿈으로 방출합니다. 그렇기에 프로이트는 꿈을 분석하는 일은 한 사람의 무의식을 밝히는 지혜의 길이라고 본 것입니다.
 
무의식을 분석한다고 하면, 어떤 분들은 무의식이 의식이 비해 엇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지 않을 까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체증상이나 행동 그리고 내적 고통 때문에 분석치료에 오면 분석가가 내과수술처럼 정신의 나쁜 종양 같은 것을 일부 떼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의식에서 유발된 증상이 계속되고 있어도 빨리 분석이 끝나서 완쾌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평은 무의식에 대한 오해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무의식은 의식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넓이와 깊이가 차이가 납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마치 광활한 은하계에 점과 같은 티끌 하나 있을 정도이거나 그 보다 더 차이가 날 것입니다. 따라서 무의식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일을 불가능합니다. 분석은 현실에서 증상과 행동 그리고 고통을 만들고 있는 무의식의 본능과 욕구들이 무엇인지 먼저 조사한 후, 피 분석가가 스스로 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의식의 확장을 돕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무의식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무의식에 관한 내용은 매우 방대하지만 정신분석을 처음 접하시는 분을 위해 성 본능 중심으로 일부를 이야기 했습니다.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이 발전하면서 대상관계학파는 정서적으로 중요했던 사람과의 관계성이 억압되어 있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융 학파처럼 초월적인 종교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무의식을 분석한다는 것은 동양적인 말로 바꿔서 말하면 자기성찰을 통한 깨달음, 종교적으로 말하면 기도생활을 통한 영성 발달과도 밀접합니다. 고대 뿐 아니라 의식이 미 분화된 원시사회는 정신에서 기인하는 질병과 고통을 신병, 운명 등으로 치부하고 신비적이고 주술적인 방법에 의존했습니다. 근대 이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정신과학은 무의식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시간과 비용 그리고 정신에서 기인한 신체적 증상과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 정신분석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유아기의 미숙한 의식에서 벗어나 성인의 완숙한 정신으로 나아가는 것은 성숙을 향한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본질적 대답일 뿐 아니라 자신뿐 아니라 인간 관계에서 자유와 평화로움에 머물고 싶은 성 본능에 따른 욕구입니다. 이러한 욕구와 충동은 우리의 귀가 아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오고 있고 이러한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 여러분이 이 자리에 모여있는 것입니다.
 


참자기 정신분석 심리치료 연구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455 강남태영데시앙루브 A동406호